<<자유와 해방, 풍요로움과 기회의 공간인 도시에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왜 쉬지 못하는가>>

 

자유와 해방, 풍요로움과 기회의 공간인 도시에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왜 쉬지 못하는가? 이 풍요로운 도시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잘사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불안하고, 편안함에 이르지 못하나?

 

기술 해결지상주의(technical solutionism)이 주도하는 넘치는 상품과 신속하고 편리한 소비 생활이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가 웰니스(wellness)의 삶을 실현해 주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삶은 편안함에 이르고 있을까? 우리가 취하는 휴식은 진짜 쉼일까? 우리 사회는 젊은 노동자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그들의 희생을 대가로 경젝성장이라는 배를 불린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노동시간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해, 사회 전반에 과로가 팽배하다. 구성원의 생명을 돌보지 않을뿐더러 죽음으로 치닫게 하는 사회에서, 경제 수치로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편안함보다는 항상적인 부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토록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음에도, 우리는 편안함에 이르지 못하고 잘 쉬지 못한다. ‘쉼’이 없는 사회. 쉼이 상품이 되어, 쉴수록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하고, 더 많은 부채가 쌓이고, 불안이 점점 더 커지는 삶.

 

『우리는 왜 쉬지 못하는가』는 어째서 일(노동)이 자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지, 일이 우리로 하여금 착각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소비를 쉼으로 혼동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소비사회에서 우리가 쉼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을 생각하고, 쉼의 상태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상상력을 가동한다. 결국 저자는 나와 사회가 공존하고, 빼앗긴 쉼을 되찾기 위한 시작으로서, 새로운 삶의 조건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나는 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Requiésco ergo sum 레퀴에스코 에르고 숨)

 

우리에게 쉼은 노동을 계속하기 위해 잠시 힘을 모으는, 노동의 일부가 아니라, 나와 우리의 존엄한 삶에 필요한 자원과 관계를 스스로 결정해서 참여하고, 차별과 배제의 벽을 제거해 나가는, 즉 존엄성을 회복해 가는 적극적인 행위이자, 토대이다.

 

이 책은 이 도시를 지배하는 소비와 불안의 리듬을 멈추고 생명과 쉼의 리듬의 변주를 위해 ‘정지 운동’을 제안한다. 정지 운동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며, 우리를 소비와 부채, 경쟁과 소외, 착각 노동과 과잉 노동, 죽음으로 밀어붙이는 어떤 힘의 속도와 방향에 불안과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과 더 자주 마주치고 더 가깝게 공감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빼앗긴 존엄성과 쉼의 공간을 되찾기 위해, 이 책은 상품과 소비가 지배하는 도시의 이소토피아에 맞서 우연한 마주침, 다름과 새로움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의 공터, 도시의 헤테로토피아를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