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2020년 5월 초 ‘강제적인’ 자진 철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경의선공유지에는 예술가, 상인, 문화활동가, 빈민, 연구자 등이 각자 나름의 이유로 모여 벼룩시장, 문화공연, 세미나, 독서토론회, 어린이 놀이터, 체육대회 등을 통해 공간, 자원, 지식, 이익,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커먼즈(commons) 실험을 펼쳐왔다. 국유지는 ‘국가 소유의 사유지’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경의선공유지 운동이 품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의식이었다. 국유지에 국가의 법적 소유권이 설정되어 있다고 해서 국가가 전적으로 국유지를 이용하고 변형하며 수익을 창출할 권한을 갖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비록 이 실험은 국가권력의 압력에 의해 끝났지만, 경의선공유지에서 펼쳐진 실험과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상상이 한국사회와 도시에 던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의미는 매우 크다.
이 책은 한국에서 커먼즈 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경의선공유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