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있던 경의선 철도가 지하로 내려가면서 공터가 생겼다. 옛 철길을 따라 좁고 긴 길만 난 것이 아니다. 어떤 곳은 고층빌딩 몇 채쯤 너끈히 들어설 만큼 넓었다. 서울 공덕역 1번 출구 옆 경의선 철도부지가 그랬다. 고급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이 너른 공터를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로 명명하며 4년여 간 점거한 이들이 있다.이들이 공터를 점거한 2015년부터 2020년 5월까지, 경의선 공유지에는 별별 사람이 모여 북적거렸다. 처음엔 벼룩시장 노점상들, 거리 전시와 공연을 하는 문화예술인들, 근방을 지나던 호기심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그러다 살던 곳이 철거되어 거리로 내몰린 빈민들, 장사할 곳을 잃은 가난한 상인들이 찾아왔다. 홍대와 명동, 이태원에서 철거와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했던 문화예술인과 경의선 철도 부지의 대안적 활용을 고민해온 활동가들, 새로운 도시운동의 현장을 기록하고 연구하려는 연구자들도 합류했다. 이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벼룩시장, 문화공연, 세미나, 독서토론회, 어린이놀이터, 체육대회 등으로 공터가 1년 내내 즐거운 놀이터가 되자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시민이 공간과 자원, 지식, 이익,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국내 최초의 본격 ‘커먼즈’(Commons) 실험이 이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누군가는 물었다. “경의선 부지는 엄연한 국유지다, 왜 나라 땅을 당신들 마음대로 하느냐?” 경의선 공유지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되묻는다. “국유지는 누구의 것인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국유지는 국민의 것이다. 또한 국유재산법(제3조1항)에는 국유지를 “국가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경의선 부지는 여러 대기업이 쇼핑몰과 호텔로 개발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계획이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실은 경의선 지하화 사업부터가 “마포지역에 기반을 둔 토건 엘리트 집단 주도로” 추진됐고, 이후 “지상부 공간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의선 공원화와 역세권 고층 상업 개발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주변 아파트 시세와 지가, 임대료가 급상승했음은 물론이다. 이제 다시 물어볼 차례다. “경의선 부지는 누구의 이익에 부합해 사용되고 있는가?”